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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자단상】 너 사용법, 너 대처법
카테고리 칼럼

 이 주제로 글을 쓰는데 매우 조심스럽다. 피해자에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상기시킬까, 나의 잘못된 발언이 또 다른 상처를 낳을까 두렵다.

 우리대학 미투 성추행 가해자 故조민기 전 교수(이하 故조 교수)가 연극학과 재직 당시 우리대학에는 ‘매뉴얼’이 존재 했다. 이른바 ‘조민기 매뉴얼’ 이다. 이 매뉴얼은 기존에 정의된 매뉴얼의 특성과 다를 바 없지만, 최악을 상상해야 했던 이들이 만들었다는 점에 끔찍한 차별성을 갖는다. 당시 연극학과 재학생 사이에 암묵적으로 ‘여학생 혼자 故조 교수 오피스텔에 두지 말 것’, ‘여학생 호출 시 남학생 필히 대동해서 갈 것’, ‘남학생은 그곳에서 술 취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을 족보처럼 공유하며 故조 교수를 대처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불안에 떨었다.

 당시 우리 사회는 우리대학 뿐만 아니라 권력 관계가 있는 여러 곳에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뒤따랐다. 듣기조차 힘들고 역겨운 내용의 연속이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희롱과 성폭력, 부당한 업무 지시등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 분기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는 피해자에게 결코 쉬워지는 법이 없고 정의 쪽으로는 더뎌서 故조 교수의 사망 3주기였던 작년 3월에서야 고등교육법이 일부 개정됐다.

 고등교육법 제19조의 3에는 ‘학교는 교직원,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인권 보호 및 권익 향상과 성희롱·성폭력 피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해 인권센터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고등교육법이 개정된 일 년 후 지난달 17일 대학평의원회에서 진행한 회의록에 기획예산팀장은 “현재 ‘인권센터 운영 규정’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으며, 학칙 개정 이후 규정 제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대학 당국은 학우들이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 현재 우리대학은 법정 필수교육으로 ‘재학생 폭력 예방교육’을 이수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은 조명이 들지 않는 곳에 존재할 피해 학우에 대한 조사와 파악이 아닐까. 제도적이고 집단적 문제예방 교육에 앞서 개인이라는 실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도 여전히 고민하고 망설인다. 이 글로 인해 누군가의 깊은 상처를 건드릴까 언어의 요철을 다듬고 엄선했지만, 무의식에 깊이 묻어 놓기엔 우리대학의 4년 전 매뉴얼과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을까 조심스레 목소리를 높여본다.
 
 
<이아연 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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