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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산책길】 퐁퐁남, 불거진 설거지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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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칼럼 |
최근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설거지론’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설거지론’이란 열심히 노력해 좋은 직장에 다니는 순진한 남성이 젊은 시절 성적으로 문란했던 여성과 결혼하는 상황을 설거지에 비유한 것이다. ‘설거지론’에서 파생된 ‘퐁퐁남’은 대개 연애 시장에서 괜찮은 스펙을 가진 남자가 결혼 후 아내에게 용돈을 타 쓰면서 설거지로 대표되는 집안일까지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거지론’에 해당하는 남성들은 일명 ‘현타’라고 불리는 현실자각타임을 가지며 이혼을 고민한다는 사연까지 쏟아지고 있다.
일부 남성들은 취업난, 주거난에서도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배우자의 조건을 요구받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며 더불어 연애경험이 많은 상대방과 결혼하면 손해라는 ‘순결 이데올로기’와 능력 있는 상대와 결혼한 무능력한 배우자를 ‘취집’했다며 무임승차한다는 반응이 자자했다.
어떠한 관계든 평등과 공정은 기본이다. 하지만 연애나 사랑, 결혼의 성사는 당위나 의무, 권리의 호환이 이뤄지는 개념에 대입하기 힘든 가치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은 가치의 상호작용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태초의 본능에 기인해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감정을 따지고 조건을 따지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이러한 말이 모순이고 그 무엇보다 계산적인 본능이 사랑이라 생각한다. 물론 과유불급을 지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예외도 있다.
사랑은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켜 효율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저해시키는 감정이다. 결혼의 기준을 볼 때 상대방의 감정이나 태도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 자신이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만 보면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이 되기 힘들다. 자신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1순위로 여기는 가치 외에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의 상대방이라면 괜찮겠지만, 자신에게 패배감과 감당하기 힘든 후회스러움까지 주는 수준이라면 애초에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 다른 조건을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감정의 진심을 1순위로 운운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모순된 것이다. 외모는 절대 전부가 될 수 없지만, 자신이 상대방의 외모만을 보고 다른 부가가치를 따져보지 않은 채 수용했다면 그에 따른 결과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은 결혼이란 결혼 시장에서 외모와 스펙, 인성 등 어느 가치로든 상호 수준이 맞고 서로가 인정하고 만족할만한 균형이 돼야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잔인한 사실이다. 현실은 유토피아가 아니기에 무리한 선택으로 인해 처한 자신의 상황을 남의 탓만 하지 말고 결혼 시장에서 인정되는 자신의 가치 수준을 현실적으로 따져보고 배우자에 대한 이상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가 원하는 가치의 어느 정도 수준을 감안해 결혼했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인간적으로 평생 인생의 동반자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무례하게 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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