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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와우촌감】 '실크로드'의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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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칼럼 |
최근 유튜브에서 ‘실크로드’란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았다. 이것은 1980년대 중반 일본 NHK와 중국 CCTV가 10부작으로 공동 제작하였고, 당시 국내에서도 방영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그때 중국은 지금과 같이 개방되고 발전하기 전이었고, 이른바 냉전시대의‘죽의 장막’에서 벗어나려는 역사적 움직임이 겨우 시작되었던 시기였다.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자유롭게 다니지는 못하지만,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누구나 그 큰 중국 땅 어디든 방문할 수 있었던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그때의 중국은 폐쇄된 국가였다.
당시 잘 나가던 일본 방송국 팀이 엄청난 영상방송장비를 싣고 중국에 들어가 장안에서 서역까지 가는 실크로드의 긴 여정을 따라가며 중국 역사와 고대문화교류의 오랜 발자취를 기록했던 그 작품은 지금도 내가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인 다큐멘터리이다. 더욱이 석양의 사막에 발이 푹푹 빠지면서 걸어가던 낙타 떼의 실루엣과 함께 깔리던 키타로라는 작곡가의 ‘실크로드’ OST 연주는 지금도 아련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NHK는 불과 몇십 년 전 일본이 침략하여 마구 짓밟았고, 살육을 자행했던 중국 땅에 들어가 동아시아 문명사의 기록자인 양 실크로드를 되짚어갔고, 그 길에서 만난 중국 사람들은 가난하고 선하며, 그저 수줍을 뿐이었다. 우리는 그때 해외여행이 자유롭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지금 미얀마에서 보는 것과 같은 군사 쿠데타가 이어졌고, 군사독재정권 하에 무자비한 민간인 고문과 살상, 민주인사 탄압 등이 아무렇지도 않던 시대였다. 몇 해 전 일어났던 5·18 광주민주항쟁의 아픔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때 일본은 정말 싫었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처럼 용감하게 ‘No Japan’을 외치지도 못했던 우리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덕에 영상매체의 힘을 보았고, 심지어 매혹되기도 했었다. 이십세기 중반까지 얽혔던 세 나라가 ‘실크로드’라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인해서 다시 한 자리에서 만났다고나 할까!
삼십여 년이 지나 다시 본 ‘실크로드’는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오래전 중국의 모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크지만, 내용의 짜임새나 영상, 기술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던 것이 눈에 띄었다. 내가 전문가가 아닌 단순한 시청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알지 못했던 아쉬운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실크로드’가 깊은 인상과 큰 문화적 울림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전에 안팎으로 시달리며 움츠리고 있었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음악, 영화, 드라마, 문학 분야에서 엄청난 K-문화의 힘으로 다른 나라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예전에 우리가 선망했던 나라들이 우리를 동경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창의적이며 역동적인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를 변화시킬 문화의 힘을 앞장서서 펼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우리 같은 ‘라떼’ 세대가 ‘실크로드’를 부러워하며 이루지 못했던 ‘한없는 문화의 힘’에 대한 김구 선생의 오랜 꿈을 오늘 깨어난 젊은이들이 이루어내고 있음을 본다. 그들이 있어 우리는 다시는 지지 않을 것이다.
윤정옥<문헌정보학전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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