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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독자투고】 생각의 전환
카테고리 여론

 우리 집 안방 화장실 문은 7년째 존재만 하고 있다. 그러니까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소리다. 문고리가 망가져 걸쇠 부분이 빠지는 바람에 문을 닫아 놓아도 열린 것이고 열어놓아도 열린 그런 상태다.

 

  먼저 7년 전, 한창 미운 나이인 9살 막냇동생이 문고리를 잡고 다리를 들며 그네처럼 문을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놀이를 새로 창조했다. 창조와 동시에 우리 삼 남매는 서로 번갈아 가며 문고리 그네를 신명 나게 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5분 뒤 부모님께 들켜서 금지됐지만, 우리는 그다지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결국, 이틀 뒤 우리 집 안방 화장실 문고리는 망가졌다.

 

 우리 아버지는 크게 화가 나셔서 “문고리를 고쳐 놔도 이틀이면 다시 망가뜨릴 거잖아!”라고 하시며 안방 문 고치기를 거부하셨다. 그렇게 ‘존재만 하는 문’이 완성됐다. 지금도 고쳐주셨으면 싶지만 뭐, 괜찮다. 보고 있으면 즐거워지는 문이니까. 특히 현재 상황에서 보다 보면 더더욱.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야외 활동이 어려워지며 나는 올해 3월까지 주로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이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일상의 가장 기본이 되는 내 집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했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고장 난 화장실 문, 귀찮은 빨래, 힘든 방 청소 등 내가 싫어했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문에는 추억이 있었고, 빨래와 방 청소도 과정은 귀찮아도 결과적으로 하고 나면 뿌듯함이 느껴졌다. 다시 쳐다보니 하나의 즐거움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우리 주변에는 이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들로 널려 있는데 너무 고정적인 시야로만 바라봐 발견하지 못했구나, 가끔은 생각의 전환이 답이 될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이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생각의 전환으로, 당연해서 싫은 것들을 우리가 즐기는 것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말해본다.

구본영<인문학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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