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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책길】 혐오의 회색지대를 벗어나자
카테고리 칼럼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혐오’로 물들고 있다.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대표적인 극단적 성향을 띠는 ‘일베’, ‘워마드’, ‘메갈리아’ 등의 사이트는 신조어를 만들어 자체적인 용어 사전을 만들어 혐오 표현을 구축하고 있다. 점점 혐오 표현이 대중화되고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돼 불편한 동시에 또 다른 차별을 낳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혐오 표현이란 사회에서 소수자성을 갖는 특정 집단 혹은 개인에 관해 부정적 편견을 갖고 모욕, 멸시, 비하 위협하거나 차별, 폭력을 선동하는 언어 행위를 말한다. 크게 차별적 괴롭힘과 편견조장, 증오선동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작년 국가인권위원회 혐오 표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의하면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200명 중 지난 1년 동안 혐오 표현을 접한 사람은 10명 중 6명 이상인 64.2%였고, 연령이 낮을수록 혐오 표현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연령별 혐오 표현 경험 중 20대는 80.7%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를 보면 혐오 표현은 우리 사회에 정말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세종대 윤지선 교수의 ‘관음충’의 발생학 논문이 혐오 표현 논란으로 이어졌다. 윤지선 교수의 논문 중 “‘보이루’라는 말은 ‘보겸’이라는 유튜버가 ‘보겸+하이루’를 합성하여 인사말처럼 사용하며 시작되다가, 초등학생을 비롯해 젊은 20·30대 남성에 이르기까지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인 ‘보지+하이루’라는 의미로 유행어처럼 사용, 전파된 표현이다”고 주장했다. 유튜버 보겸과 윤지선 교수의 갈등 자체는 젠더 갈등보다는 개인적 갈등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젠더에 관련한 민감한 문제가 커져 새로운 싸움이 일어났다. 이외에도 여러 유튜버가 인터넷 신조어 ‘오조오억’, ‘한남충’, ‘허버허버’ 등의 신조어를 사용해 사과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권은 일방적인 논리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벌레(충)라고 말했다면 이미 인권의 기본 전제가 사라진다. 아무리 장난이라도 엄청난 부작용이 시작된다. 인권의 기본전제인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내가 중요하다면 남도 중요한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혐오 단어의 바다에 빠져들었을까. 남을 비꼬지 않고 평소 사용하는 좋은 단어들이 있는데도 왜 굳이 혐오 표현으로 만들어 내 사용할까. 넘쳐나는 신조어에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는 건 아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혐오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하지만 어디부터 관용될 수 있고 어디까지가 차별인지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
 
 혐오 표현이 가득한 사회를 문화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닌 제도적인 관점에서 풀어야 할 것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해결이 된다면 좋겠지만, 극단적인 집단으로 인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책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욱 명료할 것이다. 
 
 일상을 안심하면서 살 수가 없는 사회가 찾아왔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서로가 만족하기 위해서는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남녀갈등이 지속되는 사회에서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며 차선의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신조어 말고도 더 좋은 단어가 많은 세상인데 굳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혐오 표현을 조장하는 신조어 때문에 우리의 한글이 더럽혀지고 있다.
 
<맹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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