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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주대 동문-'끈/ 송재민 섬유예술가·문화상품 브랜드 까마종 대표' 기사
‘작은 거인’이 그야말로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했다.
1971년 충북 보은에서 나고 자라, 청주대와 동 대학원 공예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 대학원 패션디자인정보학과(현 의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0여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100여회 단체전, 100여회 박람회에 참여하며 대한민국공예대전과 전국관광기념품공모전 국무총리상 등 전국 규모의 각종 공모전에서 60차례 이상 수상했다.
현재 특허청에 30건의 디자인을 등록하는 등 독창적인 섬유디자인 개발에 앞장서며 충청북도 명장, 대한민국 우수숙련기술자, 충청북도 공예명인으로서의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사람, 그는 신장 140cm 이하 후천성 왜소증 장애인인 송재민(53) 섬유예술가이자 ‘까마종’(서원구 예체로 97) 대표다.
송 작가는 “오늘이 있기까지 내 시간은 살기 위한 버티기의 연속이었다”며 담담하게 과거를 회상했다.

어머니가 파상풍 질환 중에 자신을 출산,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딸아이에게 아버지는 몸에 좋다는 한약을 많이 달여 먹이셨단다. 훗날 그게 발달 성장 장애가 될 줄 모르고.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몰랐다고 했다. 그땐 다들 고만고만했으니까. 고교 진학하면서 자신이 다른 동기보다 작다는 걸 깨달았고 그런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과 비웃음이 싫어 스스로 고립됐다. 그런 연유로 그는 뇌리에서 고교 시절을 지웠다고 했다. 입학하고 졸업한 기억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터에 청주대 공예과에 진학했지만 입학 첫날부터 뒤에서 들린 “여기는 유치원생도 입학하나 봐”라는 말을 떨쳐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말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닫았다. 살기 위해 몰두할 수 있는 게 필요했다. 그게 공부였다.
결과는 청주대 전체 수석 졸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잘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겠다 싶어 교수가 되고자 했지만 선배들의 상황과 시간강사의 한계 등을 보며 고민했다.
다른 사람 신경 안 쓰며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내 전공 살려 내 공방에서 나만의 작업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2001년 ‘까마종’을 창업했다.
여성창업보육센터의 강의를 듣고 지원을 받으며 더디고 느리지만 까마종 30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브랜드를 만들어 나갔다.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기에 개인 창업을 넘어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는 송 작가.
우선 하얀 꽃에 검은 열매가 달리는 토종 야생초인 ‘까마종’의 블랙 앤 화이트를 ‘세상의 처음과 끝’이라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색채로 내세웠다.
또 우리 문화를 살린 특화상품만이 보급화·세계화를 위한 살길이라 생각하고 모티브로 직지, 한글, 민화를 선택했다. 여기에 조각보와 오방색을 결합하고 만물의 조화를 추구하는 시그니처 패턴을 창안, 스카프, 손수건, 넥타이 등 까마종만의 상품을 만들어 냈다.
현재 그가 만든 상품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인사동이나 특성급 호텔, 전주한옥마을 등 국내는 물론, 해외 굵직굵직한 두바이 엑스포, 오사카 엑스포에 한국관 대표 상품으로, UN본부 선물용으로, 재외 한글날 행사 기념품 등으로 주문받으며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문득 지난해 7월, 14번째 개인전 ‘섬유-그리고 훨훨 날다’ 전시를 기억해 내는 송 작가.
그는 그때 동양일보 취재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이 장애인임을 먼저밝혔다고 했다. 50여년 만에야 장애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는 “흙을 만지는 것도 좋아해 도자도 하고 싶었지만, 가마나 토기 등 내 체구로 감당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결국 가장 좋아하는 섬유를 택하게 됐다”면서도 “‘장애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님에도, 오로지 살기 위한 버팀에서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소명으로 거듭나게 해준 건 바로 섬유공예와 남편의 외조였다”며 “창작은 온전히 나를 위한 치유이며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환하게 웃는다.
단신의 장애를 극복한 작은 거인이 놓은 징검다리는 또 다른 이들의 꿈이고 희망이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출처 : 동양일보(http://www.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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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예디자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