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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책읽는청대인】 고립된 빈곤 : 형제복지원, 10년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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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코너 |
![]() ▲고립된 빈곤 [저자: 박유리/출판사: 시대의창]
“진실은 성실하게, 지루하게 흘러간다.
식어버린 사람들의 관심과 생존자들의 여전한 갈증 사이에서, 진실은 그렇게 걸어간다.”
이 책은 박유리 저널리스트가 지난 10년간 기록한 형제복지원의 진상과 피해생존자의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인터뷰, 소설 등 다양한 형식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1장, 3장, 5장에서는 피해생존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각 장은 피해생존자들의 인터뷰, 피해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한 소설, 과거사법 제정을 위해 투쟁한 한종선, 최승호, 안경호의 인터뷰를 다룬다. 반면, 2장, 4장에서는 형제복지원의 탄생과 몰락에 관한 기록, 사건 이후 세상의 변화가 기록돼 가해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마지막으로, 6장, 7장에서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빈곤을 추방하고 배제했는지와 현재 우리나라의 빈곤을 살펴보고 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우리나라 부산시에 있었던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자 사실상의 강제 수용소이다. 12년간 1만 6,125명이 수용돼 589명이 사망했으며, 일부는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판매됐다. 또한, 폭행, 감금, 강제노역, 성폭행과 같은 인권유린이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 담긴 인터뷰에 따르면, “사람 목숨이라는 것이 라면 한 봉지도 안 됐어”라고 그 현장을 표현했다.
빈곤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와 사람들의 외면 속에 자라난다. 현실에서 모두가 절대적으로 평등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러나 약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을 외면하고 타자화하며 고립시킨다. 그렇게 고립된 사람들은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 속에 도태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이 사라지면, 새로운 고립된 사람들이 생겨날 뿐이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중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라는 문장이 있다. 어떤 이유라도 한 번 원칙이 깨지면 더 이상 원칙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빈곤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모두를 위해 빈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그 무엇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 책에서 나타난 형제복지원의 실상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차마 이 이상 옮겨적지 못했다. 그러나 더욱 끔찍한 사실은 형제복지원의 가해자들이 특별히 잔악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올해 하반기에 있을 파리 올림픽을 위해 파리의 노숙자들에겐 강제 이주 조치가 있었으며, 국내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학대한 사례는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피해생존자들의 처절한 기억과 감정의 편린에 공감했다면, 거대한 권력과 사회 구조 앞의 무력함을 실감했다면, 이 모든 일에 한 번 더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김예은 정기자>
ing11098@c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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