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신문

칼럼

  • 청대신문
  • 칼럼
칼럼 상세보기, 제목, 카테고리, 내용, 파일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제목 【청암로】 <청대신문>의 영원한 안녕을 기원합니다
카테고리 칼럼

 시간이 정말 빠르다. 편집국장으로 진급하고 마지막 청암로를 펴낸다. 동시에 3년간 몸담았던 <청대신문>을 떠날 채비를 한다.

 학보사에는 아빠의 권유로 들어왔다. 아빠는 ‘자고로 대학에 들어갔으면 전통 깊은 동아리에 들어가야 하는 법’이라며 대학신문에 지원해 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대학언론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청대신문>의 71기 수습기자가 됐다.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은데 마지막 발행을 앞두고 있다.   

 학보사에 들어온 이후 나의 정체성은 학생보다 기자에 더 많이 치우쳐져 있었다. 학업에 대한 고민보다는 당장 내일의 취재 계획이 우선이었고, 인터뷰 일정을 조율할 때 수업 시간과 겹치면 과감하게 수업에 빠질 각오도 돼 있던 열정 넘치는 기자였다. 동시에 신문사 활동과 일상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했다. 인터뷰 컨택이 순조로운 날엔 기분 좋게 잠에 들 수 있었고, 취재가 잘 안 풀리는 날엔 아침까지 뒤척이곤 했다. 하지만 힘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힘들지 않았다. 

 기자가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다짐한 순간이 언제였더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세상을 오해하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바람이 시작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편리한 선입견 같은 것들이 생긴다. 예를 들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와 관련한 뉴스를 봤을 때 ‘아 짜증나, 출근길 막히겠네’라며 시위 그 자체에 눈초리를 세우게 된다. 그럴 수 있다. 사람은 자신과 관련되지 않은 일에 대해선 처음부터 깊게 공감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자는 언론 보도의 한 단면이 전체라고 생각되지 않도록 그 맥락을 같이 이해할 수 있게 가려진 이야기들을 취재해야 한다. 보도와 관련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견해를 가진 취재원을 통해 사안의 입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시야가 넓어지면 현상이 다르게 보이고,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해 오찬호 사회학자는 ‘방법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취지의 무게감에 공감하기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사안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 시위를 단순히 시위로만 바라보지 않게 되고, 이런 일들이 왜 벌어졌는지 찾아보게 되며 그 속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 

 이것이 내가 기자에 매료된 이유다. 취재를 통해 생각이 모아지다가 쪼개지고, 다시 모아짐이 반복되는 과정은 기자의 삶이 아니라면 평생 깨달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취재를 통한 교훈은 정말 귀했고 이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진리일 것 같다. 

 <청대신문>에서 지낸 3년 중 편집국장으로 활동한 이번 1년 동안 사무실에서 참 많이 울고, 웃었다. 이 글에 다 담진 못하지만 제법 사납고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가까이서 나를 지켜본 타 학보사 선배님은 ‘치열하게 흔들리는 편집국장’이라고 표현해 주셨다. 반박할 구실이 없는 정의에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대학언론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 정면 돌파도 자주 하면 다친다는 것이다. 우회하는 법을 잘 몰라서 자주 다쳤다. 그래도 끝이라고 생각하니 후련하고 시원하다. 

 20대의 초반의 청춘이 담긴 학보사를 이제 정말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청대신문>의 영원한 안녕을 기원하며 마지막 청암로를 마친다.

파일

담당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