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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설】 2학기 새벽 특강을 열면서, 오늘의 노력은 미래에서 확인할 수 있으리라
카테고리 칼럼

 우리의 옛 선현들께서는 밥 먹을 때 고기반찬 없는 것은 상관없어도 松竹(송죽)이 곁에 없고는 살 수 없다 하였던가? 숲길을 걸으며 굽이쳐 흘러내리는 물결의 기운과 물소리 그리고 赤松君子(적송군자) 틈에서 노닐다 대나무까지 만나 볼 수 있다면 비로소 선현의 삶을 들여다 본 다 하겠다. 고려때 선(禪) 시인 無衣子(무의자)는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臨溪濯我足(임계탁아족) 시냇가에서 나의 발을 씻고
 看山淸我目(간산청아목) 산 바라보며 눈을 맑히노라
 不夢閑榮辱(불몽한영욕) 부질없는 영욕 꿈꾸지 않으니
 此外更何求(차외갱하구) 이 밖에 다시 무얼 구하리오?
 
 산빛 보며 눈을 씻는다 하였으니 불가에서 불립문자라 하였지만 불립문자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문자의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개성 박연폭포 앞 용바위에 초서로 싯구가 한줄 새겨져 있다.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락구천)” 당나라 시인 이백의「望廬山瀑布(망여산폭포)」의 轉結句로 강서성 여산 향로봉에 있는 폭포의 위용을 과장하여 표현한 시 이다. 누군가가 박연폭포를 바라보자니 이백의 여산 폭포 시를 읽는 듯하여 새겨 놓은 것 같다. 여기에는 구전되는 하나의 일화도 있다. 시객들이 박연폭포에 모여 시회를 하는데 어떤 남루한 옷차림의 나그네가 자리에 참석할 것을 간청했다. 시객들은 시를 짓는데 옷을 잘 입고 못 입고의 차등을 두지 않고 시격을 논할 뿐이라 하며 승락을 했다. 그런데 나그네가 읊는 시구가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락구천)”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겨우 이백의 시를 표절하여 말하는 비루한 자라고 비웃자 나그네는 그 다음 구절을 읊어 냈다. “謫仙詩句今時見(적선시구금시견) 不是廬山勝朴淵(불시여산승박연)”이라 했다.

 이해를 돕고자 설명을 붙이자면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 삼천 척이 되는 것 같아, 은하수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나 의심하였네” 라고 했으니, “謫仙君子(적선군자)의 싯구를 이제 읽어보니, 이 여산 폭포가 박연폭포보다 낫지는 않은 듯하네”라고 싯구를 채우고는 유유히 길을 떠났다고 한다. 시객들은 박연폭포를 잘 표현해 보려 온갖 시상을 떠올리고 있는데 이 보다 박연폭포를 더 잘 표현 할 수 있을까? 했을 것이다.

 이렇듯 글이라는 것은 문자언어 미학의 극치라 할 수 있다. 詩心(시심)의 경지를 언어문자로 풀어내는 것에서 극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한한 노력이 따른다. 

 조선시대 이징이라는 화가는 대 여섯 살 때 다락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몇일 만에 찾아내어 아버지가 회초리를 치시자 눈물을 흘리면서도 떨어진 눈물에 붓을 찍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몰아의 일화도 있다.
 
 2학기 개강이 되어 1학기 진행하던 새벽 특강을 시작했다. 무언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서는 무한한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한다. 부지런한 1학년들이 새벽 공부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 몇몇 보이지 않게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제자들의 모습에 너무나 환희심이 나고 그들의 미래가 저절로 보여 진다. 미래는 현재의 자신에게 달려 있다. 오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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