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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독자투고】 이별 선물
카테고리 여론


 지난달 17일 4학년들의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 먼 이야기 같아 관심도 없었는데 아르바이트를 같이하던 언니의 이별 소식을 들으며 4학년들의 졸업 사실을 알게 됐다. 이별의 속상함도 잠시, 따스하게 대해줬던 언니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슨 선물을 고를까 꼬박 하루를 고민하다가 나를 오래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긴 시간 동안 갖고 있는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렇게 성안길 근처에 있는 휘게 문고로 향했다.

 수많은 책이 꽂힌 책장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살아오며 읽은 책 권 수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책들의 수가 많아 보였다. 내가 모르는 책들 투성이었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막막했다.

 교양 도서부터 에세이, 킬링 타임용 현대 소설까지 분야는 넓고 다양했다. 선물용으로 교양 도서는 머리에 지식을 채우라는 말로 들릴까 탈락. 에세이는 너무 응원조라 탈락. 소설은 이미 많이 읽어봤을 테니 탈락. 결국 ‘시’를 선택했다.

 분야를 선택하고도 문제는 남아있었다. 아는 시인은 주변에서 쉽게 접했던 윤동주, 김소월, 백석뿐. 나는 시를 즐기던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눈앞의 시집을 손에 잡히는 대로 펼쳐보았다. 운이 없는 건지, 원래 시가 다 그런 건지. 어째 고르는 족족 죽음을 노래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입점해 있는 모든 시집을 한 권, 한 권 펼쳐보며 선물을 고르고 싶었지만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모르고 뒤에 일정을 잡아둔 탓에 촉박해 불가능했다. 결국 ‘이 중에 네 맘에 드는 시 하나는 있겠지’라고 말하는 듯 여러 작가의 시들을 한데 묶어 놓은 작은 시집을 한 권 골라 들었다.

 보잘것없는 선물이지만 그 선물을 고르는 데만 꼬박 하루하고도 한 시간 삼십 분이 더 걸렸다. 어디서 들었던 말을 떠올려 본다. 선물은 물건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어딘가 2% 부족한 선물이지만 마음만은 그 언니에게 닿길 간절히 바라본다.
 
구본영<영어영문학전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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