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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암광장】 이태원 참사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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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9일 이태원동의 어느 경사진 골목에 다수의 인파가 몰렸다. 교통경찰이 없던 해당 장소는 정체상태가 됐고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가두는 상태가 됐다. 당시 현장 인파의 대부분은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각자 목적지가 있었고,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좋지 못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결국 압사 사고가 일어나며 158명의 사망자와 19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바로 ‘이태원 참사’다.

 참사 발생 후 해당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경찰에 압사 사고가 벌어질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던 점, “밀어!”라고 외치며 개인만을 챙기던 소수의 사람 등이 그것이었다. 국민은 분노했고, 이 사태에 ‘책임’ 질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 사람들은 “밀어!”라고 했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위치의 인물들을 입건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생존자는 당시 본인이 현장에 있었지만 생존했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모두의 손가락이 서로 다른 곳을 향했다. 이 참사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나는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특정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여러 차례 사고가 예상된다는 신고를 무시한 경찰과 개인만을 생각한 소수의 이기주의자에게 ‘과실’을 물을 수는 있을지언정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이 사건에는 특이점이 있다. 바로 ‘주최자’가 없다는 점이다. 모두가 해당 골목에 자발적으로 갔다가 참사에 휩쓸렸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생존을, 누군가는 사망했다. 이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우리는 모두 그저 무력한 인간이었다.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있었든 각자는 그저 미래를 모르는 한 명의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책임 속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현장 속 사람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더 살기를 바랐던 그 순간, 당신은 정말 인간다웠다’는 말을 건네주고 싶다.
 
구본영<영어영문학전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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