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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카테고리 칼럼

 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고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고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어느 현대 시조 시인의 작품을 읽어보니 삶을 풀꽃, 물, 산에게 물어보니 그 대답이 다 달랐다. 그렇다고 제각각의 다른 대답에 정답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대답한 입장에서는 맞는 답이 된다. 

 풀꽃에게 삶을 물어보니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흔들린다는 것은 자신을 피우기 위해서 흔들리는 모진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흔들리며 견딘 그 시간이 없었으면 한 송이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물에게 삶을 물어보니 흐르는 일이라 했다. 물이 흐른다는 것은 순리에 순응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물이 어찌 거슬러 흐를 것이며, 흐르다 웅덩이를 만나서는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 흐를 수 있겠는가? 그렇게 흐르다 커다란 바위를 만나게 되면 그 둘레를 돌아서라도 흐름을 멈추지 않아야 바다라는 목적지에 이를 것이다. 물이 흐른다는 것은 인내의 실천 없이는 흘러갈 수 없는 것이다.

 산에게 삶을 물어보니 견디는 일이라 했다. 산이 견뎌내는 것은 산속에 있는 모든 것을 품어 준다는 것이다. 나무도 바위도 짐승도 새도 모두를 품어 주는 것이 견디는 것이 되며 산은 존재 자체가 견딤이 되는 것이며 그 존재는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다 해내는 결과가 된다. 

 꽃이 피어나는 일, 물이 흐르는 일, 산이 견디는 일이 우리 사람들이 사는 일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꽃처럼 살아야 하는 순간에는 흔들리는 대로 흔들리고 물처럼 살아야 하는 때는 흐르는 대로 흐르고 산처럼 살아야 하는 때는 그 끝이 아픔이라 할지라도 견뎌내야 한다. 

 이제 올 한 해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 잎새처럼 온몸을 떨궈 낼 채비를 하고 있다. 때를 알고 왔다가 때를 알고 가는 뒷모습은 흔들리며 피어난 꽃처럼 흐르는 대로 흘러 낸 물처럼 견딜 대로 견뎌 낸 산처럼 아름다울 것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라 했던가? 『명심보감』에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어 본다. 정치에서 부하와 상관의 처세법이라 할 수 있겠다. 

“過則歸己 善則唯恐不歸於令 積此誠意면 豈有不動得人(잘못이 있으면 자기(自己)에게로 돌리고, 잘한 것은 령(令)에게로 돌아가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이와 같은 성의(誠意)를 쌓는다면 어찌 사람을 움직이지 못함이 있으리요?)”

 라고 했다. 상관 부하 모두 할 것 없이 功은 자기에게 돌리고 허물은 상대에게 돌리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공을 상대에게 돌리고 허물을 자기가 책임진다며 꽃이 피듯 물이 흐르듯 산이 견디듯 그 이치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겠는가?

 12월이다.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功이 있으면 상대에게 돌리고 그 대상이 상관이 됐든 부하가 됐든 부족했던 것은 자기 자신에게서 돌아보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때인 것 같다. 그 까닭은 흔들리는 대로 흔들리며, 흐르는 대로 흐르며, 산처럼 견뎌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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