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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자단상】 빛바랜 깃발 아래 20살의 청춘들이 있음을
카테고리 칼럼

 
 지난달 27일 우리대학 교정에 설치됐던 대자보 깃발과 현수막이 임시로 철거됐다. 이는 설치된 지 4년 만에 생긴 일로,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쟁의 조정 기간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성의를 표한 것이다.

 대학과 노조의 갈등은 내가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던 문제로 꽤 오래됐다. 그런데도 이제는 끝나고 화해했거니 해서 조용하다 싶으면 그때쯤 다시 한번 갈등 관련 얘기가 들려왔다. 그래서 지난 4년 동안 우리대학 학우들은 늘 대학본부에 꽂혀있는 노조 깃발을 바라보며 학교를 다녔어야 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흰 천이 펄럭이는 소리를 냈다. 강한 색깔을 지닌 그 깃발들이 얼마나 오래 꽂혀있었는지 어느새 빛이 바래 흰색이 됐었다. 매일 더욱 빛바래져 가는 깃발만큼 이 사태를 보는 나의 마음도 빛바래져 간다.

 학교는 학우들을 위한 교육의 공간이다. 학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는 노력해야 한다. 노사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대자보 깃발과 현수막이 임시로 철거되는 것이 아닌 대학 내에서 아예 사라져야 한다. 더이상 미래에 들어올 신입생들에게 이 사건을 물려주고 학교에 꽂힌 노조 깃발을 보여주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또한, 대학의 발전에 있어서도 대학과 노조는 좋은 상생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3년 약 939만 명이던 학령인구는 올해 약 748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국회의원이 교육부에 제출한 ‘수도권·지방대학 주요 교육지표 현황’ 분석 결과에선 최근 3년간 지방대학의 입학생 충원율 현황은 96.4%였다. 대학 정원 감축 인원도 지방이 75.3%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대학의 안 좋은 모습을 계속해서 대외에 내보낸다면 우리대학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다. 우리대학이 꿈꾸는 중부권 최고의 명문 사립대가 되기 위해선 먼저 지역에서 인정을 받아 지역 최고의 대학이 돼야 한다. 그 이후 권역을, 그리고 전국을 노려야 한다. 노조와 대학의 묵은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그 시발점이 돼줄 수 있다.

 대학과 노조 둘 다 빛바랜 깃발 아래 20살의 청춘들이 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 꽂혀있는 깃발들이 하나둘 뽑힐 수 있도록, 더이상 우리대학 캠퍼스에서 깃발들이 펄럭이지 않도록 서로 한 발씩 물러서 대화했으면 한다.
 
<이준선 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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