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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암로】 대한민국은 안전한 나라가 아닙니다
카테고리 칼럼

 지난해 10월 불법 촬영과 협박으로 피해자에게 두 차례 고소됐던 전주환(31)은 자유로운 상태로 살인을 준비했다. 피해자의 주소와 근무지를 미리 파악해 구체적인 범행계획을 세운 전주환은 서울교통공사 직위해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의 근무 일정을 파악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살인의 전조였던 스토킹을 수사기관이 막지도 못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김성희 경찰대학 경찰학과 교수가 발표한 ‘친밀한 파트너 살인의 특성에 관한 연구: 헤어진 파트너 대상 스토킹을 중심으로’를 보면 스토킹의 경우 이후 살해를 계획한 비율이 63.5%다. 비스토킹 살해사건(21.4%)와 비교해봐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스토킹을 먼저 할 경우 살인 계획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사전에 차단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사실 이번 피해의 대목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이었다. 지난해 피해자가 전주환을 고소했을 때 영장은 청구됐지만, 법원이 거주지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몸이 자유로우니 전 씨는 더욱 계획범죄를 실현할 수 있었다. 형사소송법 70조 1항은 구속 사유를 3가지로 규정했다.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관점을 제대로 보면 피해자 보호보다는 수사기관의 필요성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볼 수 있다. 영장 발부의 1차적 기준이다.

 2항을 보면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이 있지만 이는 보조적 고려사항으로 여겨지고 있고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에 실질적 효과가 없는 셈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검찰이 처분한 스토킹 사건 3,182건 가운데 피의자 구속 건수는 4.8%(154건)에 불과하다. 경찰이 신청을 해도 검찰과 법원의 문을 넘기엔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자 보호의 한계점과 젠더 갈등,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먼저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둬야 한다. 물론 이외의 이야기도 고민해야 하지만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에 중심을 두는 사법기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피해자의 생명권을 위해, 안전한 세상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어른들은 울고 아파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하루도 겨우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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