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신문

칼럼

  • 청대신문
  • 칼럼
칼럼 상세보기, 제목, 카테고리, 내용, 파일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제목 【사설】 두 개의 계란을 훔친 간성(干城) 신하를 회고하며
카테고리 칼럼

一池荷葉衣無盡   한 연못의 연잎이면 옷으로 다함이 없겠고
數樹松花食有餘   몇 그루 송화 가루면 먹고도 남음이 있겠네
剛被世人知住處   지금 세상 사람들에게 사는 곳 알려졌으니
又移茅屋入深居   다시 띠 풀 집 옮겨 깊은 산 속에 들어가네


 오월은 막 세수하고 돌아선 스무 살 얼굴 같다고 했다. 올해 학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 현상을 겪다 학생들이 대면 수업으로 등교를 하게 됐다. 오월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난 2년은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했기에 그 사이 나무도 아주 많이 자란 듯 보이고 꽃도 풍성해진 듯하다.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당나라 대매법상(大梅法常)의 게송(偈頌)이 생각난다. 살고 있는 띠 풀 집 앞 연못의 연잎이면 내 일생 옷으로 입어도 다 하지 않을 것이고, 몇 그루 소나무의 송화 가루라면 일생 식량으로 먹고도 남음이 있겠다고 하였다. 게송에 무욕의 탈속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요즘 우암산에서 내려오는 아카시아 꽃향기, 소쩍새 소리, 보라색 오동나무 꽃, 그리고 노랗게 날리는 송화 가루가 내린 빗물에 가볍게 떠 있는 모습을 본다. 캠퍼스 안의 백여 그루가 넘는 적송(赤松)의 꽃가루도 날리고 있다. 대매법상은 몇 그루 소나무만 있어도 일생의 식량으로 먹고도 남을 것이라 했는데 우리에게는 적송군자(赤松君子)로 불리는 노송이 학교 안에 가득하여 송화를 날리는 절기이다.

 이러한 자족의 공간에 있으며 우리는 어떠한 생각을 모색하고 있는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자족함 속에서 문득 드는 회고가 있다. 어려울 때 일수록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공자(孔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위(衛) 나라에 있을 적에 구변(苟變)이란 사람을 위나라 임금에게 천거하면서 구변이 장수가 될 만한 재목이라고 했다. 이에 위나라 임금이 말하기를 “나도 그가 장수의 재목이 되는 것은 알지만, 그가 일찍이 아전으로 있을 때 남의 계란 두 개를 먹은 일이 있기 때문에 장수로 들어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에 자사가 말하기를 “성인이 인재를 등용하는 것은 목수가 나무를 쓰는 것과 같아서 장점만 취하고 단점을 버려야 한다. 그런데 남의 계란 두 개를 먹었다 하여 방패와 성곽 같은(干城) 몫을 할 수 있는 장수를 버리는 것은 이웃 나라에 알릴 수 없는 일이다.《孔叢子居衛》”고 했다는 일화를 회고해 본다.

 목수가 나무를 만나 옹이가 몇 개 박혀 있다고 해서 얻기 어려운 커다란 재목을 다 버린 다면 목수는 나무를 살려 쓰는 것이 아니고 얻은 재목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훌륭한 목수는 나무를 잘 살려 용처에 맞게 쓰듯 어겨서는 안 되는 상도(常道)를 져버렸다면 다시 기대할 수 없겠지만 장수의 기국을 가지고 있는데 옛날 어려운 시절 남의 계란 두 개를 먹은 일로 간성의 신하를 들어 쓰지 않는 것에는 권도(權道)의 역량이 발휘될 만한 일이라는 뜻이 될 것이다. 물론 계란 두 개가 가벼운 물건이라는 뜻이 아닌 지난날의 돌이킬 수 없는 과오에 대한 바람직한 현실적 평가를 어찌할 것인가?

 우리도 살면서 무언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되었을 때 어찌해야 가장 바람직한 목수가 될 것인가를 고사(故事)를 통해 생각해 본다. 구변(苟變)도 젊은 시절 자신이 간성의 장수로 발탁 될 줄 몰랐겠지만, 이미 모를 일이었다 하더라도 의리에 맞지 않는 일은 계란 한 개도 취해서는 안 될 일 아니겠는가? 우암산 아래 캠퍼스의 노송(老松)은 송화 가루를 노랗게 흩날리는 오월이다.


파일

담당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