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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획】 청소노동자의 하루 - 우리대학 청소노동자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카테고리 기획
 
▲ 기름걸레로 계단 복도를 청소하고 있다 / 사진=박성연 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대학 건물 사용 빈도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음에도 학내 구성원들에게 깨끗하고 쾌적한 대학건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있다. 우리대학 건물의 구석구석 모든 곳엔 청소노동자의 손길이 닿아있다. 이번 기획면에서는 우리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청소노동자의 하루를 취재해봤다.

<편집자주>
 
 
∎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현실
 지난 6월 26일, 서울대학교 기숙사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근무했던 여자기숙사에서 쓰레기 수거는 물론이고, 기숙사 청소와 화장실 청소까지 도맡아 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8월에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근무하던 60대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휴게공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곳에는 창문과 에어컨조차 없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 2018년 7월 발표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에는 휴게시설 실태조사의 결과가 나와 있다. 원청 및 하청 관리자와 노동자 1,6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휴게시설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답변이 64.6%였고, 충분하다고 한 경우는 35.4%로 나타났다. 휴게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에 주로 이용하는 다른 휴식 장소는 작업장 내가 41.1%, 외부휴식이 13.6%, 자판기 주변 8.5%, 옥상 5.7%, 본인 차량 5%, 계단 3.9%로 조사됐다. 
 
 휴게시설을 매일 이용하는 사람은 원청노동자 47.9%, 하청노동자 46%에 불과하고,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원청노동자 30.6%, 하청노동자 41.4%에 달했다.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42.7%), 장소가 멀어서(16.9%), 시설낙후(8.8%) 순이었다. 
 
 휴게시설 만족도 중 가장 낮은 부분은 설치 비품의 미비이고, 그다음은 소음 발생, 면적 불충분, 환기 실태 순이었다. 필요한 비품으로 원청노동자는 에어컨, 의자, 정수기, 탁자, 소파 순으로, 하청노동자는 에어컨, 정수기, 의자, 냉장고 순으로 제시했다. 휴게시설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주로 휴게시설 개수, 위치, 면적, 비품 등이 있었고, 개선 시 장애요인으로는 공간 부족, 비용 문제, 사용자의 무관심 등으로 나타났다.
 
 
∎ 우리대학 청소노동자를 만나다


▲ 우리대학 청소 노동자 휴게실 내부 모습 / 사진=박성연 기자

 그렇다면 우리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대학 청소노동자 중 한 명인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장취재를 위해 휴게실에 찾아간 기자에게 A씨는 직접 만든 식혜와 다과를 건네며 미소와 함께 반겼다. 
 
 A씨의 하루는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하면서 시작된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근무에 앞서 휴게실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일을 시작했다. 11시 정도까지 오전 근무를 하고 11시 30분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이다. 1시부터는 오후 근무를 시작한다. 오후에는 한 바퀴 돌아보면서 정리하면 3시쯤엔 마무리가 되고, 휴게실로 돌아와서 5시까지 쉬다가 퇴근한다. 휴게시설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에 대해 묻자 A씨는 “없다”고 답하며 냉난방 시설이 다 있다. 전자레인지도 있어 밥을 데워먹거나 커피를 타 먹으면서 자율적으로 쉴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근무 강도에 대해서는 둘이 일하던 때에 비해 분량이 늘긴 했지만, 사무실이 많이 비어 그만큼 일거리가 줄어 혼자 해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고충 거리가 있는지 묻자 “없다. 담당 관리자는 없고 총무 팀장님이 관리하시는데 너무 더럽지 않은 이상 지적하지 않는다. 그런 점이 좋다”고 답했다. 개선사항으로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게 단 하나의 흠이다. 모든 쓰레기를 1층에 가져다 두는 건 아니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근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A씨는 팔에 토시를, 손엔 하얀 속 장갑을 낀 후 걸음을 나섰다. 청소는 늘 1층을 시작으로 2층, 3층으로 올라가며 청소를 한다고 했다. “1층부터 하면 들어오시는 분들이 깔끔하고 좋아 보인다”라며 대학건물에 출입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A씨만의 섬세한 노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어 A씨는 고무장갑을 끼고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화장실 청소 특성상 물을 많이 사용하는데 A씨는 “고무장갑 속에 속 장갑을 끼고 일한다”며 “겨울과 여름에도 손에 습기가 차서 물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속 장갑을 끼는 이유에 답했다. 그러며 장갑 안에 끼고 있던 속 장갑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복도 청소를 할 때 A씨는 자신만의 청소 요령을 소개하기도 했다. A씨는 “청소도 요령으로 해야 한다”라며 기름걸레와 빗자루를 양손에 쥐고 청소하면 빗자루를 든 손은 기름걸레가 차마 쓸지 못하는 거미줄과 먼지를 쓸고, 기름걸레를 들고 있는 손은 전체적으로 복도를 쓸기 때문에 두 번 일을 안 해도 된다고 답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를 통해 그간 쌓아왔던 청소 경험에서 나오는 A씨의 능숙함을 엿볼 수 있었다.
 
 A씨는 청소를 하다 뿌듯했던 경험에 대해 나누기도 했다. 누군가가 건넨 안부 인사와 감사 인사는 큰 힘이 되곤 한다. 학우들이 “고생하십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있을 때 “이모님, 내가 들어다 드릴게” 등의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교수님들도 “천천히 하세요”, “운동 삼아 하세요”, “깨끗하게 잘하시네요” 등의 말씀을 하실 때도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로 취재를 하며 교수님이 A씨에게 음료를 건네주며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A씨는 “마스크나 음료수도 주며 자신이 보이지 않을 땐 안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후 1층 주변 밖에 나가서 청소를 시작했는데 담배꽁초가 바닥과 잔디 사이 가릴 것 없이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왜 여기다 이렇게 던지는지 모르겠다”며 “쓰레기통이 바로 앞에 있는데 여기 버리면 되지만 그러지 않는다”고 답하며 안타까운 내색을 보였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의자가 있는 곳에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단한 담소를 나눴다. A씨는 “힘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힘들지 않다”며 “사람들은 청소한다면 더럽다는 식으로 생각하지만 내가 깨끗하게 청소하면 사람들은 깨끗한 건물을 쓰는 것이다”라고 말을 이어 갔다. 그러면서 A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어야지 깨끗해진다”고 전했다. 
 
 모든 구성원이 깨끗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데는 A씨의 책임감 있는 직업정신에서 비롯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오전 근무와 같이 4층과 5층을 청소하며 마무리됐다. 우리대학 청소 노동자 A씨를 만나며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하는 노고를 느낄 수 있었으며 쾌적한 대학건물을 사용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 최소한을 지킬 수 있도록
 지난 6월 21일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보장할 것을 의무화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이 진행됐다. 국민청원을 통해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동안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만 간헐적으로 지적되어 왔다”며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의무를 강조했다. 이어 최소한의 냉난방과 환기, 편의시설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건물주에게 강제해 달라는 요구를 전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고용노동비서관은 “이는 휴게시설 설치 의무에 벌칙 규정이 없고, 설치 기준 또한 가이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며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휴게시설 원인에 대해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돼 휴게시설 미설치 시 1,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과 휴게시설 기준에 맞지 않을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전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022년 하반기에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앞으로도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박성연,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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