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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 무자비한 환경 속 저물어가는 간호사 - 간호의료계의 현실을 듣다
카테고리 사회
▲ 태움, 인력난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간호사들이 고통받고 있다. / 사진=언스플래시
 
∎ 간호가 일인 사람이 간호받지 못하는 세상
 코로나19 장기화로 간호의료계의 피로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올해 2~3월 4만 3,058명을 대상으로 보건의료노조에서 실시한 ‘2021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7%가 코로나19로 인해 노동 여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이어 지속적인 코로나19 진료역량을 유지하는 인력 등 노동조건 항목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낮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악화된 근무환경과 부족한 인력난은 보건의료노동자가 짊어질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가운데 의정부 을지대병원 신규 간호사의 죽음을 둘러싸고 태움, 강도 높은 근무, 일방적 근로계약서 등의 의혹이 불거지며 간호의료계의 근무환경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의정부 을지대병원에서 신규 간호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국민청원이 진행됐다. 간호사 한 명당 환자 23명을 담당하며 소화하기 힘든 높은 강도의 근무와 인격적 모독을 일삼는 태움으로 인한 고통을 국민청원을 통해 전했다. 그중 간호사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괴롭힘을 의미한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조사한 보건의료노조 ‘의료기관 내 갑질과 인권유린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65.5%가 폭언을 경험했으며, 40.2%가 태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80.9%가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37.3%가 원하지 않는 휴일 근무나 특근 근무를 강요받는다고 답했다. 
 
 태움은 간호의료계의 해결되지 않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과거 2018년 서울아산병원 신규 간호사가 태움으로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심각성이 알려졌다. 사건 이후 1년 만에 근로복지공단은 직장 내 적절한 교육체계나 지원 없이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 피로가 누적되고 우울감이 증가해 자살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해 산재로 인정했다. 이는 태움뿐 아니라 간호의료계의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태움과 강도 높은 근무로 사망하는 간호사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간호사 한 명당 배치되는 과도한 환자 수,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 특성상 24시간 동안 계속되는 근무로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까지 보장받기 힘들다. 그리고 선배 간호사와 신규 간호사 사이 간 발생하는 태움 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이 지금 간호의료계의 현실이다.
 
 
∎ 문제는 나무뿐만 아니라 숲에도 존재한다
 간호 의료업계에 있는 일들이 무조건 개개인의 잘못이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먼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와 근무시간이 너무 많다. 의료연대본부에 의하면 대형 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당 12~20명을 맡고 있다. 요양병원의 경우 40명까지 이른다. 보건복지부 ‘2019년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2019년 간호사 면허등록자 수는 414,983명인데 이마저도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215,293명에 불과하다. 겨우 50%를 넘긴 수치다. 간호사가 부족하니 당연히 혼자서 돌봐야 할 환자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이 매우 높은 것도 문제다. 보건의료노조가 2018년 한 해 동안 36개 병원의 전체 간호사 1만 6,296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총 2,535명이 이직해 15.55%를 보였다. 하지만 이 중에서 1~3년 차 퇴사자가 전체의 66.54%(1년 차: 942명, 2년 차: 430명, 3년 차: 315명)에 이른다. 그리고 2018년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 간호사의 이직 의도는 83.6%로 보건 직종 중 가장 높았고 이직 이유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 ▲낮은 임금수준 ▲태움 등 직장문화와 인간관계 순이었다. 
 
 마지막으로 간호사를 지켜줄 뚜렷한 법안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세계 90개국이 간호법을 두고 있지만, 대한민국에는 없다. ‘간호법’은 최근 의정부 을지대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간호법은 간호인력의 급여나 근무 환경 개선 등의 처우개선을 위해 필요한 법안이다. 하지만 대한간호협회를 제외한 모든 의료협회가 이 간호법을 반대하고 있다. 이중 대한의사협회에선 “간호법은 간호사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국민건강을 외면하는 법안”이라며 “개별직역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건 해당 서비스의 정상적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 간호 현장을 직접 겪고 바라보는 이가 말하다
 실제 현장에 종사하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근무하는 이해찬 간호사와 인터뷰했다.
 
 먼저, 그는 “파벌싸움은 뉴스에서 들었고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움에 관한 질문에는 “겪어본 적도 있고, 본 적도 있다”며 “태움이라는 건 개인적인 문제이자 인성 문제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간호사들이 힘든 이유는 “병원의 구조적 문제도 한몫을 하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라며 “인력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신규 간호사들의 이직 문제는 “교대 근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교대 근무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인간의 생체리듬을 어지럽힐 수 있는 발암물질’(2A군)”이라 답했다. 또한, “간호사라는 업무는 ‘몸을 갈아 넣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체력적·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이직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전과 후 업무 변화에 대해선 “감염관리에 대해서 더 강도 높게 신경 쓰고 관리한다”며 “‘레벨디’라는 방호복을 입고 근무를 하다 보니 피로도가 계속 쌓이고 육체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간호사들이 모두 지쳐있다고 설명했다.
 
 이 간호사는 ‘간호법’과 관련된 질문에 “이미 90개가 넘는 나라가 간호사에 관한 별도의 법을 만들어 운영한다. 이 국가들은 간호 업무의 전문성·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독립성·전문성도 강화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다”며 “우리나라는 간호사는 존재하나 간호법이 없다. 제대로 보호해줄 수 있는 법이 없어 매년 간호사들이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희생된다. 이번 한 모 대학병원 자살 사건도 마찬가지”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매스컴에서 반짝 다뤄지다가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잊혀진다. 간호법은 꼭 제정돼야 하는데 이번에 불발되었다는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라 답했다. 그리고 간호사들의 인권을 위해선 “충분한 간호인력의 증원 및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며 태움 없는 간호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간호대생·간호사분들에겐 “다들 코로나19로 지쳤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 자기 자리에서 맡은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다.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는 삶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파이팅 했으면 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맹찬호, 박성연, 이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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