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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 50년의 밤을 걷어내다 - 어두운 공간이 뒤바뀌기 위해
카테고리 사회
 새로운 공간이 뒤바뀌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대학 인근 밤고개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승인받고 유흥업소 밀집 지역 개선을 포함한 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50여 년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이번 <청대신문>에서 밤고개 유흥가 거리에 생기는 변화와 이면에 존재하는 고충까지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주>
 


▲ 밤고개 거리를 걷다보면 유흥주점의 간판 밑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볼 수 있다. / 사진=이아연 기자



▲ 밤고개의 많은 유흥업소 중 한 영업장 내부 모습이다. / 사진=맹찬호 기자

∎ 50여 년간 어두웠던 밤고개
 밤고개는 청주에서 오창, 진천으로 나가는 길목이다. 밤고개 위에는 청주교구를 관할하는 주교좌성당인 내덕동 성당이 있고, 고갯마루에 시내버스 승강장과 조그만 공원이 조성돼 있다. 밤고개는 조선 영조 때 조원의라는 유생이 왕의 노여움을 사서 충청도 회인(현 보은군)으로 귀양을 가는 길에 밤나무가 울창한 지역을 지난 고개에서 유래됐다. 조원의의 일 이전에는 단순히 밤나무가 많아 ‘율량’이라 했고, 그곳이 고갯마루였기에 ‘밤고개’라 불리게 됐다.
 
 50여 년간 청주를 먹여 살린 연초제조창(현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덕에 밤고개는 돈과 사람이 넘쳐났고, 유흥업소가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흔히 ‘방석집’이라 불리는 유흥업소 30여 곳이 밀집해 한때 청주의 대표적 유흥가로 꼽혔다. 현재 청주시가 밤고개 유흥가에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계획해 시민들의 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아직도 밤고개에 많은 유흥업소가 있지만, 일부 유흥업소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청대신문>은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여성들과 대화를 나눠보려 시도했고, 결국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밤고개에서 15년 이상 일했고, 가게에서 거주하며 일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코로나 19로 손님이 줄고 수입이 감소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었다. 그는 “2주 동안 손님이 아예 없던 적도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때 10시 전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어 가게 문을 닫고 TV를 보고 있는데 경찰이 와서 왜 안 자고 있냐며 의심했다”고 말했다.
 
 밤고개가 재개발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공간이 있는지 묻자 “여기 말고는 살아갈 공간이 없고 재개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밤고개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힘든 상황이다”며 “정부에서 확실한 대책을 가져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 오늘의 가치로 새로워질 공간
 현재 밤고개 정비 사업은 ‘내덕1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이 사업은 2018년 국토교통부에서 선정된 ‘주거지 지원형’ 도시재생사업으로 2022년까지 4년간 국비 80억 원을 포함해 총 27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주거환경개선 및 편의시설 확충으로 마을 자생력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문화예술의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청주시는 ‘내덕1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활성화 계획 수립 단계에서 밤고개 유흥거리의 일부 구역을 새로 편입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신청해 2019년 9월 20일 승인받았다. 이후 밤고개에 유흥업소가 밀집된 지역의 상가를 매입하기 위해 보상 협상을 벌였다, 상가 보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도시농업체험, 주민 회의공간, 현장 지원센터 등을 갖춘 덕벌허브나눔센터와 작은 도서관, 돌봄 놀이 시설 등이 있는 덕벌모임터가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도 조성된다. 청주시는 문화재청에서 실시한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36억을 포함한, 총 73억 원의 예산으로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전수교육 시설과 전시·체험·공연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한다.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은 내년 설계공모를 시작으로 오는 2023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내덕1동 도시재생 현장 지원센터 강진아 실장에게 밤고개 유흥주점 밀집 지역에서 시행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밤고개 유흥주점 관련 진행 현황에 대해 “유흥주점 상가 부지 매입이 종료됨에 따라 상가 입주민, 건물주에게 보상 절차가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상가뿐만 아니라 뒤편까지 청주시가 매입해 안전진단을 통해 철거가 필요한 건물은 철거가 됐다. 그 자리에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무, 배추를 심고 있다”며 “다 심고 나서 11월에 수확해 김장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완료된 밤거리에 대해 “밤고개 거리가 이전엔 유흥주점이 많아 밤고개의 ‘밤’이 알밤이 아닌 다른 의미가 연상됐다. 이제는 공예창작 거리, 문화 활성과 함께 문화 소비 활동까지 진행돼 경제적으로도 지역민들에게 지원될 수 있는 청주시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여러 역량 강화 사업을 통해 지역에 다양한 주민 공동체를 형성하고 문화 재생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지역 활성화로 이끌어 경제활동까지 창출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 한 번쯤 생각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관광 문화적인 측면에서 밤고개가 어떻게 문화예술공간이 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관광항공경영학전공 박구원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구원 교수는 작년에 열린 전시회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건 청주시가 도시재생사업의 선진지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밤고개는 매우 특성적인 장소와 소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주목받는 것이고, 연초제조창과 효과적으로 연계될 경우, 특이한 공간이나 거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공예·공방 거리 조성에 대해 젊은 작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묻자 도시재생사업은 ”그 자체가 새로운 시도이며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작업“이라며 ”지역을 종합적으로 새롭게 재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청년층의 참여와 역할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새로 생길 ‘덕벌 나눔 허브센터’와 ‘덕벌 모임터’, ‘내덕 나눔 허브센터’에 대해선 “모두 커뮤니티 활동의 중심체로 볼 수 있으나 이중 ‘내덕 나눔 허브센터’는 밤고개 문화예술 활동 및 거리 조성의 전진기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허브센터 자체가 문화예술(공예·공방) 거리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될 것이다”고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업이 완벽히 진행되고 청주시가 관광문화 도시로 발전할 방안에 관해 묻자 박 교수는 “우선, 각 사업을 세부적으로 실천해 나갈 사람과 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 사업 또는 지구별 부회가 만들어져야 하고, 사업적 코-웍이 필요하다. 특히 공예·공방을 주제로 문화예술 거리를 조성하는 만큼 어떻게 이걸 발전·안착시키는지가 중요하며 청주에서는 새로운 ‘청주형 문화 스타일’이 발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관광은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비일상을 체험하는 활동이다. 각 점포의 건실한 콘텐츠와 아름다운 거리 조성은 물론, 이런 문화를 어떻게 생활 문화와 연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우리 대학의 역할과 전략적 도전의 필요성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대학은 예술 분야는 물론 광고, 콘텐츠, 거리환경 등 많은 분야가 발전된 학교이므로 이 문화 자본을 지역을 위해, 개인의 역량 발휘를 위해 실천해야 한다. 우리대학은 무궁무진한 ‘문화의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새로운 정비’라는 말 뒤의 숨은 이면 
 밤고개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대상이 되면서, 밤고개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숨겨진 이면을 알아보고자 충북 유일 성매매 피해자 지원 상담소인 사단법인 충북여성인권 늘봄상담소(이하 늘봄) 정선희 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늘봄에서는 반성매매운동을 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성 산업을 감시, 모니터하고 있다. 정 소장은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취·창업 교육을 하려 했지만, 밤고개는 독특하게 피해자가 드러나지 않고 업주들만 나타나는 형태여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또한, “청주시에서 13개 업소에 영업 보상으로 준 보상금으로 인해서도 취·창업 교육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영업하지 않던 가게들도 영업을 다시 하게 되었고, 작년과 올해 민관경 합동 점검을 진행했을 때 오히려 업소의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보상해주니 그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자활할 수 없는 빈곤층인데, 자활직업훈련을 하며 국자 지원금을 받더라고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라 했다. 
 
 늘봄에서는 밤고개에 현장 상담센터를 세우고 공동작업장을 만들어서 여러 취미생활이나 직업훈련, 상담 등을 하며 여성들의 인식을 바꿔주며 탈성매매를 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려 했다. 하지만 “업주들이 나이대가 있을뿐더러 잘 오지 않아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면에서 정비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맹찬호, 이아연, 이정은, 이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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