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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독자투고】 우연한 선물
카테고리 여론
 며칠 전 운 좋게 무료 연극 한 편을 봤다. 뻔한 스토리에 짧은 러닝타임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전개도 급작스러웠고, 배우들의 연기도 조금 아쉬웠다.
 
 그다지 작품성이 높은 연극은 아니었지만, 무대 위 배우들 때문에 끝까지 즐겁게 관람했다. 최선을 다하는 표정과 그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열정을 봤기 때문이다. 그 열정이 흥미로웠다.
 
 고등학생 신분이었던 지난 3년간, 어른들은 내게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로 성공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게 성공의 확신이 서고 하고 싶은 무언가는 없었다.
 
 결국, 어른들 앞에서 내가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글쓰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명명하던 날, 그림에 재능이 있어 미술을 배우는 학교 친구들이 부러웠다. 특정 분야에 재능을 갖고 있기에 당장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알 수 있었으니까.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딱히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도,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글쓰기를 하고 싶은 일이라고 정했던 그 순간부터 끝없이 의심하고 고민했다.
 
 ‘글쓰기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을까?’, ‘애초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 건 맞나?’,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아 먹고 살 수 있을까?’, ‘배운 건 글쓰기라 미래에 무얼 먹고 살지?’라는 의심과 고민이 깊어져 갈수록 좋아했던 글쓰기가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부담이 생기니 글은 더 쓰기 싫어졌고, 글을 쓰기 싫어지면서 미래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더 두려워져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성공까지는 바라지도 않게 되었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배불리 먹고 살 수는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다.
 
 연극을 보기 직전까지도 스스로 의심하며 두려움의 악순환 속에 갇혀 있었지만, 열정적인 연극을 보고 영감을 받았고 그 후로는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데 급한 마음에 기성 작가만큼의 역량을 스스로 원했던 것 같다. 무대 위 배우들도 한참 배우며 경험을 쌓고 있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래, 생각보다 내 상황은 꽤 희망적일지도.
 
구본영<인문학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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