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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 돈과 효율성, 노동인권의 현실 – OECD 회원국 산업재해 사망률 1위 대한민국
카테고리 사회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 사진=픽사베이

∎ 산업재해에 대해
 지난 4월 22일 경기 평택항에서 故 이선호 씨가 300kg에 달하는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컨테이너 안전핀을 제거하고 내부 뒷정리 작업을 수행하던 중 반대편 날개를 접으려 했던 지게차의 반동으로 이 씨 쪽 날개가 접혀 사고가 발생했다.
 
 이 씨는 컨테이너 터미널 동식물 검역소에서 검역 대상 물품을 운반하는 일을 담당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기존 업무가 아닌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의 해체 작업을 맡았다. 기존에 투입된 적 없는 업무였음에도 사전 안전교육이 진행되지 않았다. 또한 ‘인력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이 씨는 ‘우리 인력(위탁인력업체)’을 통해 ‘동방(컨테이너 운영업체)’의 사업장에 투입되고 ‘동방’으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모두 엄연히 불법적인 인력운영이다.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미흡한 안전교육, 불법적인 인력운영, 안전관리자의 부재 등은 산업재해로 직결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산업재해란 노동과정에서 작업환경·행동 등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하는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말한다. 줄여서 산재라고도 불리며 다른 표현으로는 노동재해가 있다.
 
 산업재해는 ‘업무상의 사유’가 고려된다. 업무상의 사유는 ‘업무 기인성’과 ‘업무 수행성’으로 판단한다. 업무 기인성이란 산업재해가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것인가의 여부이다.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의 입증이 중요하다. 업무 수행성이란 사용자의 지배 관리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에 몸이 끼어 故 김용균 씨가 숨진 사고,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 근무하다 과로사로 故 장덕준 씨가 숨진 사고, 삼표시멘트 하청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사고 등 재정·개정되는 법안에도 산업재해는 계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따르면 20년에는 전년 대비 3.2%, 27명의 사고사망자가 증가하여 882명이 기록됐다. 산업재해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권을 지키며 안전법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 안전한 노동환경
 20년 1월에 개정돼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외주업체 직원들의 산업재해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재해 사고 발생은 기업들이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를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 등 외부에 맡겨 초래된다. 이때 하청업체는 경쟁 속 동방의 인력용역을 따내기 위해 파견 노동자의 인건비를 최소로 측정한다. 기업은 외주화를 통해 재해 발생 정도를 줄여 산업재해보험료를 감면받을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책임도 회피한 것이다. 위험업무를 외주화할 때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까지 하청에 넘기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로 숨진 882명 가운데 추락사고 328명으로 전체에 37.2%에 이른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추락위험이 있는 작업 시 노동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해야 하며, 추락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이 개정됐음에도 추락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산업 현장 안에선 안전교육 없이 새 업무를 투입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업재해 사고는 개인의 부주의인 경우도 있지만, 현장 내 안전관리 시스템 부실과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조직문화 등 구조적 요인이 더 크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 예방과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29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경기도 정책 토론회 ‘노동자 생명·안전이 먼저다!’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산업 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명선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실장은 “한국의 산재는 기본적인 안전조치와 보건 조치가 무시되는 재래형 산재의 반복”이라며 “기업 최고 책임자, 기업 법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위해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동인권을 위해 각 지역에서 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다. 부산시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부산시에서 지역 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 내 사업장을 점검하는 ‘부산광역시 노동 안전보건지킴이단’을 지난달 18일 위촉했다. 시는 안전보건공단 부산광역본부 지원을 통해 지킴이단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 노하우 등 교육을 진행하고, 향후 안전보건공단·부산지방노동청과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지킴이단의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구리시에서 지난 4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산업 현장 안전조치 강화 및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 안전 지킴이’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산업·건설안전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노동 안전 지킴이는 산업재해 발생이 우려되는 소규모 건설 현장 등에서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 미흡한 현장을 지도하며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 우리나라 노동인권 사각지대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인 노동권은 근로권이라고도 한다. 노동권은 근로의 능력과 의욕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으로 근로할 기회의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단순히 직업선택의 자유를 인정한 것이 아닌 생존권적 기본권으로써 적극적인 의미가 있다. 현행법상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및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다양한 제도적 보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노동권 보장 수준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분류된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144개국의 노동권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2020년 글로벌 노동권 지수’에 따르면 6개로 나뉜 등급 중 한국은 사실상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5등급은 ‘법·제도에서 노동권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나라’로 국제사회에서 대단한 불명예다.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또한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노동 존중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노동권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지만, 더 안타까운 현실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노동권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있다. 바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준근로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특수고용노동자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에 따라 고객을 찾거나 노무를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아 생활하는 개인사업자다. 즉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것과 다르게 자신이 계산해 자율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방문 교사, 외근직 A/S 근무 요원 등이 포함된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산재보험, 고용보험과 같은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도 놓여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보험 대상자를 확대해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실직 시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고용 안전망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대상에게만 고용보험 자격을 부여해 현실에서는 많은 노동자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서윤 기자, 이아연, 정수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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