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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암로】 얽힌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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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강까지 약 2주 남은 시점에서 우리대학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발생했다. 이 갈등의 주인공은 ‘총학생회’와 ‘노조’다.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갈등의 매듭은 풀리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총학생회가 캠퍼스 내 설치된 약 100여 개의 노조 현수막, 피켓, 대자보 등을 철거한 뒤 노조사무실에 돌려줬다. 총학생회는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가 임박해지면서 학교 이미지 실추와 면학 분위기 조성을 고려해 이러한 행동을 취했다. 이에 맞서 지난 19일 노조는 총학생회 간부 등 30여 명을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청주청원경찰서에 고소했다. 노조 측은 “노사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총학생회에 수차례 공문을 통해 전달했는데도 합법적인 노조 선전물을 훼손해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를 밟게 됐다”며 입장을 밝혔다. 총학생회 측은 “수년간 학생위원회와 총학생회가 노조에 자진 철거 공문을 수차례 발송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들은 우리대학 학우들은 대부분 ‘교직원이 학생을 고소했다’는 점에 분노했다. 이에 총학생회는 우리대학 학우들을 비롯해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현수막 철거 관련 ‘고소취하 요청 동의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학우들은 ‘총학생회의 무단철거’에 대해 지적했다. 

 이 사건은 각종 언론에 보도되며 단순히 총학생회 대 노조의 갈등을 벗어났다. 우리대학 내부의 일로만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우리대학 본관 1~3층의 계단과 복도에는 총학생회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화환이 늘어섰다. 이 화환 중에는 타 대학 총학생회에서 보낸 것도 있었다. 또한, 이날 우성제(경영학과·4) 총학생회장은 ‘대학의 주인은 학생입니다. 주인에게 외면받는 대학은 살아남지 못합니다’란 제목의 성명서를 게재했다. 

 한편, 노조 측은 증거는 없지만, 총학생회의 철거 행위에 대해 학교 측의 직·간접적 개입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 8일부터 교육부 앞에서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하며 관선 이사 파견 등을 요청했다. 결국, 지난 11일 오후 차천수 총장과 박용기 노조지부장, 우성제 총학생회장이 대학본관 총장실에서 면담을 했다. 사태가 진정되는 듯했으나 합의는 결렬됐다. 노조 내부 회의를 통해 합의문이 노조의 노동3권을 저해하고 있어 합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단, 총학이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면 즉시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우리대학 노사 분규가 학생과 노조의 갈등으로 번졌다. 총학생회와 노조 모두가 우리대학 구성원이며 더 나은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서로의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대화로 이어나갈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단 철거’와 ‘고소’라는 다소 강압적인 수단이 사용됐다. 이로 인한 결과는 다시 우리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학생을 지키고 노조와의 협의를 빠르게 진행해야 할 학교가 늦장 대응한 것도 잘못이다.

 얽힌 매듭을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칼이나 가위가 아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하나하나 생각해보고 풀어나가는 것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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