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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 혐오의 장이 된 에브리타임 - 익명이 불러온 비극
카테고리 사회
∎ 혐오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빠르고 넓은 소통의 장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에 따른 혐오 표현과 사이버불링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이버불링’은 사이버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다. 지역별, 계층별로 각종 혐오 표현이 넘쳐나는 혐오 사회에서 사이버불링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일상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혐오 표현을 접한 청소년의 83%는 SNS,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그 경로로 꼽았다. 청소년뿐 아니라 대학생들도 혐오 표현과 사이버불링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된 학내 커뮤니티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혐오 표현과 사이버불링 논란의 중심에 있다. 에브리타임 내 이러한 논란은 지난 10월 8일 서울권 대학에 재학중인 한 학생의 자살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대학생은 에브리타임에 우울증으로 인해 위로를 받고자 글을 올렸다가 각종 모욕과 죽음을 부추기는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이는 그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악플을 단 이용자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같은 달 23일 이 대학생의 유족은 악성 댓글을 남긴 불특정 다수의 에브리타임 이용자들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에브리타임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청년참여연대가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대학생 3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9.1%(248명)가 에브리타임을 이용하는 도중 게시글이나 댓글로 인해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들이 불쾌감을 느낀 이유로 막말이나 비방글(38.3%)이 가장 높았고 소수자 혐오 표현(27.4%)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음란표현, 정치적 편향성, 허위정보 등이 이유로 꼽혔다.

∎ 우리대학 에브리타임 현황
우리대학 학우들도 에브리타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정보 공유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의존도가 높아졌다. 더불어 캠퍼스에 직접 가본 적 없는 학우들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자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즉, 만남의 광장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에브리타임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익명성을 악용해 거침없는 혐오 표현이나 사이버불링을 하는 경우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비밀게시판은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비밀게시판은 자유게시판이나 새내기 게시판에 비해 학교생활과 관련 없는 사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이 게시판에는 실제 주변인에게 말하기 힘든 자신의 고민을 익명 게시물로 올린다. 그런데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지만 정작 댓글에는 ‘글 써서 올릴 정도면 별로 안 힘든가 보네’, ‘그냥 네 잘못’ 등과 같이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려 상처를 주는 내용들이 눈에 띈다. 또 친구를 사귀고자 글을 올리는 학우들에게 악의적으로 접근해 성적으로 희롱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초에는 한 학우가 옛 애인을 잊고 싶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고 그 글을 본 다른 학우에게서 원색적인 내용의 쪽지가 왔다. 이에 지난 11일 게시자가 그 쪽지를 공개했고, 공감 10개가 넘어 HOT 게시판에 올라온 적도 있었다.

이처럼 개인적인 막말이나 비방글, 혐오 표현, 음란표현 이외에도 집단으로 정치, 젠더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편을 갈라 각 집단이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도 볼 수 있다. 학우들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지만, 서로를 향한 혐오 표현과 사이버불링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
현재 에브리타임의 혐오 표현 방지대책은 운영자가 직접 글을 확인 후 삭제하는 시스템이 아닌 ‘신고 누적을 통한 게시물 자동삭제 시스템’이다. 일정 수 이상의 이용자가 신고하면 해당 아이디 접근이 제한된다. 그러나 신고의 기준이 주관적이며, 게시물 내용에 대한 명확한 확인이 이뤄지는지 불분명하다. 심지어 그저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한 압박 용도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어 다른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각종 청년·인권·시민사회 단체는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개선을 외치고 있다. 지난달 2일 전국 25개 청년·인권·시민사회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에브리타임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에브리타임과 대학,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악플 사망 사건에 대해 재발방지책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6월 8일에는 에브리타임에 혐오게시물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렇게 많은 단체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는 가운데 지난 10월 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에브리타임 내의 소수자 차별, 비하 정보에 대한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의결한 바 있다. 대다수의 대학생이 이용하며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생 자치기구와 함께 지난달 28일 ‘혐오와 차별로부터 안전한 캠퍼스를 위한 대학공동체의 역할과 책임 모색’을 주제로 하는 온라인 생중계 토론회를 진행했다.

개인 스스로 혐오 표현과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제하는 게 우선이지만 이에 대한 커뮤니티 운영자와 대학 측의 책임도 분명 있다. 에브리타임의 이용자는 대학구성원이다. 즉, 대학 측도 에브리타임 내 문제 예방과 대응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커뮤니티 운영자 측은 현재 신고 누적을 통한 게시물 자동삭제 시스템 외에 효용성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타 플랫폼들의 경우, 욕설 및 비속어 필터링, 댓글 숨기기, 덮어두기, 인공지능을 활용한 악플 탐지 등을 실시하고 있다.

<권예진, 조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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