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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 택배기사의 어두운 현실 -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필요해
카테고리 사회
∎ 택배 물량증가로 인한 사건·사고
지난 9월 22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주문량이 늘어 택배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생활 물류 택배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한 21억 6,034만 개를 기록했다. 급증한 택배 물동량에 비해 지난 3년간 택배 기사 증가율은 5.6%였다. 이처럼 급증한 택배 물동량은 택배 기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달 27일 한진택배 심야 운송중 50대 기사가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에 이르면서 올해 15명의 택배 기사가 사망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업계의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이 부른 참사”라며 “과로사 여부는 지병의 유무가 아닌 고인의 노동 시간, 노동 강도 즉 노동 현실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과로사뿐 아니라 대리점의 갑질과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택배 기사도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로젠택배 부산 강서점에서 숨진 김 씨의 유서에는 갑질, 생활고 등의 내용이 발견됐다. “택배 배송 업무를 위해 국가시험, 차량 구입, 전용 번호판까지 준비하는 데 비해 현실은 200만 원도 벌지 못한다”며 생활고를 고백했다. 이어 “한여름에 20여 명의 소장을 본 업무 시간보다 30분 일찍 나오게 했다”며 대리점의 갑질을 토로했다. 퇴사를 희망했지만 대리점에서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젠택배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실제 개인 사정으로 중도 계약 해지나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을’은 위약금 1,000만 원을 ‘갑’에게 지급하게 돼 있다. 또, ‘을에게 손해배상 책임’, ‘계약 만료일까지 계약 유지 없이 일방적으로 해지하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다’ 등의 조항이 명시돼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부터 ‘롯데택배 전국 동시다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택배노조는 롯데 측에 삭감된 수수료 회복, 상·하차비 폐지, 분류작업 전면 개선, 고용보장과 일방적 구역 조정 중단, 페널티제 폐지, 노동조합 인정 및 노조 활동 보장 등 6가지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롯데택배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합의안에 따라 배송 수수료는 인상되고 상·하차비는 폐지될 예정이다. 또, 택배 지연에 따른 벌금도 없어질 전망이다.

∎ 열악한 근무 환경
택배 기사들의 근무 환경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일한 만큼 버는 것 아니냐’, ‘연봉 받으면서 추가 수당 받는 것 아니냐’ 등 비난의 댓글도 찾아볼 수 있다. 택배 기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다. 정규직은 수수료를 적게 받으나 고정급이 있는 반면, 비정규직은 오직 배송비 수수료로 수입을 벌기 때문에 연봉이 정해져 있지 않다. 지난해 6월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에 따르면 약 95%의 택배기사들이 개인사업자로 파악됐다. 즉, 택배기사 10명 중 9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이러한 비정규직 택배기사는 물량 또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다. 정해진 물량 단위의 계약이 아닌 섹터별 계약으로 구역마다 물량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일배송’ 원칙을 지켜야 해 담당 구역 내 물량은 그날 전부 처리해야 한다. 배송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리점과 재계약 시 불이익을 받는다. 또한 물량이 기간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수입도 불규칙적이다. 여기에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서 지난 9월 택배기사 8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택배 기사들은 대리점 관리수수료, 택배차 구입 할부비용, 차량 유지비용 등으로 한 달 평균 224만 원을 지출한다. 대리점 수수료, 차 보험료, 기름값, 소득세, 부가가치세까지 택배기사 개인이 직접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와 대리점 간의 계약이라 수수료율도 제각각이다. 2017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 따르면 이커머스(판매업체)와 택배사(본사)와의 평균 계약 단가는 1730원이다. 택배기사들은 여기서 부가세 10%를 지불하고 남은 720~765원 정도의 수입을 다시 대리점과 나눈다. 이 과정에서 다시 최대 30%까지 중간마진이 발생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 택배 1건당 택배기사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535원에 불과하다. 본사-대리점-택배기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변해야 근로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택배 기사들의 주장이다.

정당하지 못한 계약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로젠택배 택배 기사들의 계약서에 ‘계약 중도 해지 시 위약금’, ‘보증금과 권리금 지불’ 등 불공정한 조항이 명시돼 있다. 현행법상 택배 기사는 대표적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독자적인 사무실, 점포, 작업장이 없고 계약된 사업주에게 종속돼 있지만 스스로 고객을 찾거나 맞이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일한 만큼 실적에 따라 소득을 얻게 된다. 택배 기사는 이처럼 자영업자로 간주해 노동법의 근로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 사건·사고를 막기 위한 대안책
계속되는 사건·사고에 택배 업계도 대안책을 내놓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분류작업에 추가 인력으로 4,000명을 투입해 노동자의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이를 2022년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하루 적정 물량을 계산 후 초과 물량이 나올 경우 택배 기사 3~4명이 팀을 꾸려 분담하는 제도인 ‘초과 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산재보험과 건강검진도 현재보다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진택배의 경우 11월부터 심야 배송을 중단하고 CJ와 마찬가지로 택배 분류 인력으로 1,000명을 추가 투입하고 분류 시간 단축을 위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2021년까지 모든 택배 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건강검진까지 회사 부담으로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 롯데택배 역시 택배 분류작업에 인력을 충진하고 택배기사의 산재보험과 건강검진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택배 기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법안 제시가 아닌 업계의 단순 대안책이라 여론이 잠잠해지면 태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택배 기사들은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논의됐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올해 계속되는 사건·사고와 택배 기사들의 우려로 인해 다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논의되고 있다. 일명 택배법은 택배 기사의 계약 기간을 6년으로 상향시켜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그동안 종사자 숫자도 파악하지 못했던 배달, 퀵서비스 산업의 노동실태를 투명하게 객관화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과로방지와 안전확보에 필요한 휴식시간과 휴식공간의 제공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논의만 됐던 지난해와는 다르게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8월 13일 한국통합물류협회,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4개 주요 택배사와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는 택배 종사자가 쉴 수 있도록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한국통합물류 협회가 정한 날로 전국 주요 4개 택배사의 택배 화물의 집하 및 배송이 중단되는 날이다.

올해 택배 관련 사건·사고가 자주 발생한 만큼 작년처럼 논의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야말로 실질적인 법안이 적용돼야 할 때이다. 또한 급증한 택배 물량에 지쳐있는 택배 기사들을 위해 우리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묶음 배송 사용, 당일배송 자제 등과 같은 방법으로 그들을 배려하는 방법도 모색해봐야 한다.

<윤예원, 신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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