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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책길】 입사시험 속 2차 가해
카테고리 칼럼
지난달 13일 치러진 MBC 취재기자 입사시험의 문제가 응시생들 사이에서 ‘2차 가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입사 논술 시험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응시생들의 잇따른 항의에 MBC는 “사고력과 전개 과정을 보고자 한 것”이라는 해명과 함께 사과하고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는 평가 사안도 관심사도 아니라고 밝혔지만 과연 채점 과정에서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을지 의문이다.

지난달 14일 MBC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출제 취지는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고자 함”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건을 어떻게 정의하고 자기 입장을 서술하는지, 평소 언어 사용을 확인해 사상 검증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피해자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용어가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에서 다시 이 문제를 논쟁화했다. 용어 정리가 끝난 것은 대체로 이유가 있으며 이미 답도 정해져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떠한 것을 선택했는지를 평가의 항목으로 포함 시킨 것은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MBC는 공채 시험이 치러지는 일정 시간 동안 1,800명의 응시자가 살아있는 피해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뭐라고 부르는 게 마땅한지 직접 결정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성폭력과 관련한 법률 용어에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가 없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등에 따르면 성폭력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가기만 하면 피해자라고 통일해 지칭한다. ‘피해 호소인’은 어디서 나타난 말일까. 자사는 출제 과정에서 해당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공정한 언론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사뿐만 아니라 언론사에서 이뤄지는 모든 절차와 과정이 깨끗해야 한다. 또, 언론사의 행동과 말 하나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유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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