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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 극한으로 치닫던 정부와 의료계 갈등 - 4대 의료정책 추진부터 합의까지
카테고리 사회
연일 보도되던 ‘4대 의료정책’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이번 갈등은 집단휴진, 의사고시 거부 등의 형태로 드러났고, 이에 따른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의 미숙한 의료정책 추진과 의사들의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현실이 주목된 지금, 성숙한 의료문화를 향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편집자주>


∎ 4대 의료정책을 둘러싼 갈등
지난달 21일부터 약 보름간 이어온 의료계 파업이 종지부를 찍었다. 그간 의료계 파업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와 가짜뉴스가 난무하며 많은 국민이 혼란을 겪었다. 의사들은 왜 정부와 대립하며 집단휴진을 시작했을까. 이 갈등의 중심에는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4대 의료정책’이 있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 의료인 확대, 한방첩약 건강보험 적용, 비대면 진료 육성이 포함된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이를 ‘4대 악’이라고 통칭하며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4대 의료정책에 대한 정부와 의협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정부의 4대 의료정책 중 첫 번째, ‘의대 정원 확대’이다. 현재 한국 의사 수는 OECD 평균에 비해 적으며, 지역별 의사 수 격차도 크다.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양성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이 중 3,000명은 ‘지역 의사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 의사로 육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한국 의사 수가 OECD 평균(2020년 기준)에 비해 적고 지역별 의사 수 격차도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협은 국민 한 사람의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OECD 평균(2017년 기준)보다 많다는 것을 근거로 반박했다.

두 번째, 2018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공공의대 설립’이다. 기존 의사 정원 내에서 선발하며, 의대가 없는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해 필수 분야 인력으로 양성하고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이 또한 지역별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다. 의협은 ‘10년 의무 복무’에 대한 내용에 크게 반발하며, 개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무 복무 후 의사 수도권 쏠림현상이 가속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서 시민단체가 추천한다거나 졸업 후 서울의대에 채용한다는 말이 있으나, 이는 가짜뉴스라고 밝혀졌다.

세 번째,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다. 이는 10월부터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질환,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개 질환 한방첩약에도 보험을 적용하는 사업이다. 한방첩약이란 여러 한약재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형태이다. 그러나 한방첩약에 대한 의학적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해 의협과 대한한의사협회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네 번째, ‘비대면 진료 육성’이다.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는 지난 2월부터 한시적으로 전화를 이용한 상담·처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의협은 이에 대해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오진 등의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 의료계 파업 현황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며 집단휴진 사태에 이르렀다. 지난달 14일 전국 의사 제1차 총파업이 진행됨에 따라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3%가량이 휴진했다. 집단휴진에 이어 지난달 21일부터 전국 전공의들이 점차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 전공의들은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면 복귀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북 내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1일 기준 도내 전공의와 전임의 포함 총 180여 명도 집단휴진에 동참했다. 이 중 충북대병원이 129명, 성모병원이 27명, 충주 건국대병원이 20명이다. 이어 지난 1일 충북대병원에서는 전공의 총 118명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북대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청주 성안길, 복대동, 육거리시장 등지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집단행위는 의사들뿐 아니라 의대생들도 참여했다. 지난 1일로 예정된 의사고시는 90%가 넘는 의대생들이 접수를 취소한 바 있다.


∎ 의료현장 복귀 대 전공의 패싱
지난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과 의협은 코로나19 안정을 위해 공공의료와 의사증원 정책 논의를 전면 중단하고 집단휴진 철회에 합의했다.
밤샘 협상 끝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 관련 논의를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중단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 ▲논의 중에는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이 작성됐다. 합의에 따라 의협은 집단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진료 현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여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의료계가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하는 듯했으나 이번 합의가 ‘전공의 패싱’과 ‘졸속 합의’라는 비판을 받으며 다시 문제시됐다. 이번 의료파업의 최전선으로 나선 또 다른 의사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제외된 채 협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 체결이 최대집 의협 회장 혹은 의협 집행부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일부 의사들의 진료 현장 복귀가 미뤄졌다.

이어 지난 9일 오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전협 비대위)가 업무 복귀를 결정한 후에야 전공의들 대다수가 진료 현장에 복귀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이 전국 병원 현장으로 복귀했지만, 앞으로도 투쟁연대를 이어가며 정부가 합의문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대생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지거나 합의문에 반하는 정책을 이행할 조짐이 보일 시에 전면 파업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 성숙한 의료문화를 향해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으로 인해 일어난 의료계 파업은 환자, 간호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27일 대한간호협회는 “의료 파업은 간호사들의 업무 과중과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 행위를 부추기는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며 의료계 파업에 대해 비판했다. 이번 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병원에서 간호사들의 업무는 늘어났다. 심지어 일부 간호사들은 불법적인 진료 업무까지 떠안게 됐다.
문소영(간호학과·1) 학우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우로서 이번 의료계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의사와 더불어 간호사들의 환경이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의료인들의 조건 없는 희생만을 강조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손서인(간호학과·1) 학우는 정부의 의료 4대 정책이 한국 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의대 정원 확대보다는 다들 기피하는 전공을 지원하거나 지방으로 취업하는 의사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학과 또한 지난 10년간 입학 정원을 늘렸음에도 간호사들의 높은 사직률은 여전하다”며 “의대 정원을 확대하게 되면 곧 의대의 미래가 현재 간호대학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의 간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태움, 환자들의 폭행 등 간호계 전반의 처우개선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의료 파업의 끝은 정부, 혹은 의료계의 승리가 아닌 서로의 합의를 통해 코로나19라는 심각한 국면 속 국민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갈등을 멈추고 성숙한 의료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권예진, 박지혜, 조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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