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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린인프라의 시대, 공공분야 조경의 미래
그린인프라의 시대, 공공분야 조경의 미래


조경직을 살려주십시오!
2017년 8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던 글이다.
청원내용은 조경직 공공기관 및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으로서 1년을 통틀어 보아도 채용 인원수가 현저히 적은 공공부문 조경직 취업 현실의 막막함을 알리는 글이었다. 공공기관에서 조경직으로 근무하는 한 사람의 사회 선배로써 부끄러운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더 안타까운 것은 본 청원이 같은 해 11월, 고작 48명의 동의에 그치고 종료되었다는 사실이다.

2017년 기준,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에 의하면 전국 대학의 조경학과 졸업생수는 955명이며 석사학위 취득자는 총 76명이다. 즉, 한 해에 조경관련 취업 대상자가 천명이 훌쩍 넘는것으로 볼 수 있는데 공공기관 조경직 TO가 1년에 10명도 안된다면 필자 본인이 취업을 준비하는 당사자라 해도 조경을 업으로 선택하기에 주저함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러나 막연한 우려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다가올 미래를 현명하게 준비함이 조경분야 선배로서의 역할이자 공공부문 조경의 발전을 위한 작은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본고를 준비하였다.

먼저 주요 공공기관의 조경직 채용현황을 확인해 보았다. 공공부문의 조경직은 크게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및 공사, 공단 등의 조경업무 담당자로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워낙 소수이고 매년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대규모 조경사업을 담당해 온 8개 공사(도로공사, LH공사, K-water, 한국농어촌공사, SH공사, 경기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부산도시공사)를 대상으로 최근 5년간 조경직 채용현황을 파악해 보았다. 2018년 5월 기준, 8개 기관의 조경직 직원은 총 463명이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채용 및 예정인원은 총 103명으로 연평균 약 20명으로 추산되었다. 이는 2017년 청원게시판에서 제시한 10명에 비하면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이지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최근 5년간 공공기관의 총 채용인원이 87,050명, 연평균 17,410명임을 감안할 때 약 0.1%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 또한 2017년 현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하게 추진되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 등에 힘입은 영향이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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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신규채용 및 조경직 채용 추이
* 출처 :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http://www.alio.go.kr), 주요 공공기관 채용정보

물론 조경학과 졸업생은 꼭 공공기관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직무분야로 진출이 가능하며 개인의 목표, 적성에 따라 조경학에 국한되지 않고 얼마든지 더 유망한 직업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우리나라에서 조경업의 발전에 기여해 온 공공기관의 역할을 생각할 때 공공기관 조경직 일자리 수는 장래 조경업의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 볼 수 있다. 좁아지는 취업문에 대한 후배들의 걱정과 우려는 결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불확실성이 크고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 고령화 등에 따라 사회 전반의 인력수요 또한 많은 영향을 받으리라 추측되지만,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그린 인프라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공공부문 조경의 역할과 수요는 점점 더 높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재 국내 SOC 분야 주요 공공기관에서도 시대변화에 맞추어 폭넓게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서는 도로 구간의 경관다양화와 휴게소 녹지 리모델링, 탄소상쇄림 및 야생동물 로드킬 예방시설 조성 등 고속도로 공간의 관광·여가, 생태축으로써의 기능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LH공사는 세종, 동탄, 광교 등 대형 신도시의 공원·녹지조성 및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하며, 스마트공원 조성과 지진 안전공원, 미세먼지 저감 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함께 진행하고 친환경 특화 놀이시설, 공공 작가정원 및 장기미집행 공원 특례사업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water는 주요 댐‧호수, 수변공간에 대한 휴양문화‧레저 활성화와 수질정화, 생물 서식 공간 복원 등 수생태계 서비스 가치 증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과학기술과 생태환경이 융합된 부산 EDC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사업 등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 밖에 여러 지자체의 도시공사에서도 지역의 주거복지 개선과 지역재생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며, 지속가능한 도시 그린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보전의 조화,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환경질 개선을 중요한 정책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그간 이원화되었던 국토-환경 통합관리, 물관리 일원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범부처 합동으로 최대 환경 이슈인 기후변화 대응,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장기적인 개발로 인해 훼손, 감소되는 가치 이상을 복원토록 하는 ‘자연자원 총량제’도 제도화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기술적인 수단 중 하나가 그린 인프라로, 도시 공원·녹지, 도시 숲·습지, 훼손지 복원, 입면녹화, 하천 생태복원 등 많은 영역이 이에 해당된다. 그럼 미래에는 어떠할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기술 등과 접목한 그린 인프라의 다변화는 공공부문 조경이 진화해야 할 방향이다. 빅 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생명공학 등을 융합한 스마트 공원, 수직정원, 도심 녹지를 이용한 지능형 물관리, 습지 식물의 Plant MFC(Microbial fuel cell, 식물-미생물 연료전지)를 활용한 청정에너지 생산 등 단순히 생태경관, 휴양 등의 가치를 넘어서는 그린 인프라의 새로운 기능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최근 트렌드인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족(YOLO : You Only Live Once), 나만의 케렌시아(Querencia) 등이 반영하듯 점점 식물과 힐링, 휴식과 레저를 위한 공원, 정원, 실내식물 가꾸기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기존 공원녹지의 재생도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남북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북한 지역에 대해서도 황폐화된 산림 복원을 시작으로 도로, 철도, 에너지, 수자원 확보와 낙후 지역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이에 대한 계획과 실행과정에서도 공공부문 조경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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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트렌드, 환경정책 변화에 따른 공공부문 조경 패러다임 변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공공부문은 조경사업 분야의 양적인 성장과 발전을 견인해 왔으나 앞으로는 양적인 성장보다도 빠른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 트렌드 변화에 맞춰 다양한 분야를 접목한 질적인 성장이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 공공기관은 산학연과 협력하여 사회 트렌드에 한발 앞선 조경정책, 기술을 발굴하고 학교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인력들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사회적 역할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조경학에만 안주하지 않고 창의․융합적인 사고와 지식을 지닌 인재가 공공기관에 많이 영입되어야 더 밝은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대학에 입학하여 조경학 개론 첫 시간에 배웠던 조경, 즉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 생태, 과학, 예술, 문화를 융합하는 일”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비록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어떠한 직업보다 가치 있고 보람된 공공 조경가로서의 길을 함께 걷는다면 즐거운 미래가 성큼 앞으로 다가오리라 기대하며 이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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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혁 (환경조경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