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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자단상】 다시 쓰지 못할 역사, 그러나 명성은 지켜져야
카테고리 칼럼

 지난 944호 기자단상에서 나는 ‘대학의 본질적 의미는 지켜져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대학의 학문적 기능이 지켜져야 한다는 칼럼을 작성했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이후 2023~2025학년도 학사구조 개편이 발표되면서 동양어문학전공이 폐지된다는 계획이 밝혀졌다. 

 이로써 우리대학의 인문대학이라 말할 수 있는 학과는 영어영문학전공 뿐이게 됐다. 물론 이조차 점진적으로 인원을 줄인다는 계획이어서 여전히 바람 앞 촛불인 상태다. 이제는 우리대학에 인문대학이 존재한다고 불리는 것이 부끄러운 수준이다.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대학의 인문대학은 역사가 깊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인문대학은 잔혹사를 써 내려갔다. 과거 우리대학은 기초 인문학을 토대로 한 많은 학과가 있었다. 그러나 역사가 무색하게 2010년 독어독문·불어불문·러시아어문학과를 단숨에 폐지했다. 또 2018학년도부턴 국어국문학과는 신문방송학과와 통합돼 신문방송한국문화전공이, 일어일문학과와 중어중문학과는 통합돼 동양어문학전공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조차 2023학년도부터 신문방송한국문화전공은 신문방송학과로 변경돼 국어국문학과의 색은 사라지고, 동양어문학전공은 폐지된다.

 우리대학의 인문대학이 사라지는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하다. 취업과 관련된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기에 인기가 낮아져 찾는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쏠림 현상도 이유 중 하나다. 우리대학으로선 정해진 인원에서 인문대학을 폐지하고 다른 학과를 개설 후 경쟁력을 키우는 게 옳은 판단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대학의 선택을 비판할 수는 없다. 당연한 사회적 흐름이고 그 흐름에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 깊은 우리대학의 인문대학이 사라지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인문대학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역사가 우리대학에는 있었다. 많은 학과를 폐지하기 전 한 번쯤 더 생각해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대학의 인문대학은 지역 대표 국립대인 충북대학교의 인문대학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다. 우린 충청북도의 그 어떤 대학보다도 대표적인 지성 집단을 키워냈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현대의 흐름으로 인해 인문대학의 많은 학과가 폐지당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다시금 세울 수는 없게 됐다. 하지만 과거의 명성은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다시는 쓰지 못할 역사겠지만 우리대학의 인문대학을 졸업했던 이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위해서라도 인문대학의 명성은 지켜져야 한다. 이를 간곡히 빈다.


<이준선 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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