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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책길】 기약 없는 검토, 장애 인권
카테고리 칼럼

 “우리는 편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청주에서 옥천에 가고 싶고, 충주에서 세종시에 가고 싶은 거다”
 
 지난 4일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충북장차연)가 충청북도청 앞에서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이동권 차별 철폐를 위한 전국 특별행동’의 일환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발언을 이어감과 동시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사다리와 쇠사슬로 몸을 결박해 장애인 콜택시를 막아서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다리를 목에 건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며칠 전 ‘검수완박’이 일주일도 안 돼서 통과됐다. 정치인들은 맘만 먹으면 일주일도 안 걸리는 그 시간에 법을 만들어 낸다”며 “장애인 권리 예산은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얘기하는데 뒤에서는 아무런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통곡했다.

 지난 기사에서 충북 장애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의 시선은 ‘어떤 점이 개선돼야 장애인 분들이 편리해질까’였다. 이때 인터뷰 이에게 “편리라는 표현이 적합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무례를 범한 줄 알고 당황했지만, 절대 날 선 답변은 아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편리’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편하고 이로우며 이용하기 쉽다’는 사전적 의미가 나왔다. 또한, ‘어느 한쪽만의 이익’이라는 뜻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전적 의미만으로 알 수 있듯이 장애인은 ‘편리’를 쥐여주는 대상이 아니다.

 인권에 ‘편리’라는 단어는 적합하지 않다.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당위성을 갖는다. 하지만 장애인 기본권은 당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결과 없는 노력만이 유일한 길처럼 제시될 때 장애인의 더 나은 삶은 또다시 미래로 유예된다. 휠체어를 위해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것, 발달장애인이 가족 없이 혼자 남겨지더라도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 주는 것, 비장애인에겐 권리로 인식조차 되지 않는 이동권을 보장해주는 것 등 장애 인권의 가치가 보편적 가치로 되기 위해선 먼 미래의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이들은 오늘도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머리를 깎고, 무릎에 피가 나도록 기고, 목이 터져라 외친다.


<이아연 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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